잘못된 사람을 매니저로 승진시키는 이유
최고의 실무자가 최악의 매니저가 되는 역설
매니저 4명 중 1명은 사실 사람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Harvard Business Review 2026년 2월호에 실린 가트너(Gartner)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상당수의 매니저들이 역할에 대한 사전 이해 없이 관리직에 올랐으며, 시뮬레이션이나 현실적 직무 체험(Realistic Job Preview)을 경험한 비율은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직원의 38%만이 자신의 매니저에 만족하고, 매니저를 신뢰한다고 답한 직원은 절반을 겨우 넘긴다. 중간관리자와 현장관리자의 효과성에 만족하는 HR 리더는 각각 35%와 27%에 불과하다. 기업들이 매년 수십억 달러를 리더십 개발에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문제의 핵심은 ’누구를 매니저로 만드느냐’에 있다. 이 기사에서는 왜 기업들이 체계적으로 잘못된 사람을 매니저로 승진시키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지 살펴본다.
1. 피터의 법칙: 50년 된 경고가 여전히 유효하다
1969년, 교육학자 로렌스 피터(Laurence Peter)는 “직원은 자신의 무능력 수준까지 승진한다”는 이른바 ’피터의 법칙(Peter Principle)’을 제시했다. 반세기가 넘은 이 이론이 아직도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2019년 미국 국립경제연구소(NBER)에서 발표된 획기적인 연구가 이를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Alan Benson, Danielle Li, Kelly Shue 세 연구자는 131개 기업, 약 4만 명의 영업사원 데이터를 분석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영업 성과가 뛰어난 사람일수록 매니저로 승진할 확률이 높았지만, 정작 매니저로서의 성과는 떨어졌다. 이들이 매니저가 된 후, 부하직원의 영업 실적은 평균 7.5% 하락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실무에서의 탁월함과 사람을 관리하는 능력은 근본적으로 다른 역량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세일즈맨이 팀을 이끄는 데 필요한 코칭, 동기부여, 갈등 조정 능력까지 갖추고 있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2. 가트너의 진단: 매니저 위기의 실체
가트너가 최근 수년간 축적한 데이터는 매니저 위기가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2024년 4월, 162명의 HR 리더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중간관리자 효과성에 만족하는 비율은 35%, 현장관리자에 대해서는 27%에 불과했다. 같은 해 7월, 3,529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매니저에 대한 만족도가 38%, 신뢰도는 절반을 겨우 넘겼다.
더 심각한 것은 매니저들 자신의 상태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매니저의 75%가 책임 범위의 확대로 압도당하고 있으며, 69%는 변화를 이끌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느낀다. 오늘날의 매니저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범위보다 51% 더 많은 책임을 지고 있다. 54%는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피로에 시달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트너의 HR 리더 설문은 3년 연속으로 ’리더 및 매니저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교육을 더 많이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3.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선발의 문제
기업의 전형적인 대응은 “매니저 교육 프로그램을 더 강화하자”다. 가트너의 2023년 조사에서 HR 리더의 59%가 향후 2년 내 매니저 개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가트너의 분석은 냉혹하다. 매니저의 스킬 숙련도에 초점을 맞춘 교육은 매니저 효과성을 겨우 4% 향상시킬 뿐이다.
갤럽(Gallup)의 연구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매니저로 승진하는 사람 중 기본적인 관리 역량을 갖춘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현장관리자의 65%가 실무 성과나 근속연수를 기반으로 승진했으며, 관리 역량이나 경험을 기준으로 선발된 비율은 30%에 그쳤다.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가 나타난다. 관리 역량 기반으로 선발된 매니저의 몰입도(engagement)는 42%인 반면, 실무 성과 기반으로 승진한 매니저의 몰입도는 31%로 11%포인트나 낮았다. 이 차이는 그들이 관리하는 팀에 직접적으로 전이된다. 갤럽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매니저의 몰입도와 역량이 팀 수준 몰입도 변동의 최소 70%를 설명한다.
4. 마지못한 매니저들: 원하지 않은 승진의 비용
HBR 기사가 지적하는 가장 눈에 띄는 수치가 바로 이것이다. 매니저 4명 중 1명은 사람 관리자가 되고 싶지 않다. 많은 매니저가 역할에 대한 충분한 사전 정보 없이 승진했으며, 시뮬레이션이나 현실적 직무 체험을 거친 비율은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이것은 단순한 불만족의 문제가 아니다. 마지못해 매니저가 된 사람은 코칭에 소극적이고, 팀원과의 갈등을 회피하며, 결국 팀 전체의 성과와 문화를 끌어내린다. 현장직원의 몰입도가 이미 전체 인력 평균보다 낮은 상황(26% vs. 32%)에서, 몰입하지 못하는 매니저의 존재는 악순환을 가속화한다.
가트너는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현실적 직무 체험(Realistic Job Preview)’을 강조한다. 매니저 역할이 실제로 무엇을 요구하는지—끊임없는 1:1 미팅, 성과 피드백, 팀원 간 갈등 중재, 상급자에게 보고—를 사전에 투명하게 보여주고,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은 사람만 선택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5. 대안은 있다: 이중 경력 트랙과 과학적 선발
그렇다면 실무에서 뛰어난 사람은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가? 핵심은 ’승진 = 매니저’라는 공식을 깨는 것이다.
이중 경력 트랙(Dual Career Track) 모델에서는 기술 전문가 경로와 관리자 경로를 분리한다. 최고의 엔지니어는 ’수석 엔지니어’나 ’기술 펠로우’로 성장하고, 사람을 이끄는 데 적성과 역량이 있는 사람만 매니저 트랙으로 진입한다.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빅테크는 이 모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선발 과정도 과학적으로 바꿔야 한다. 갤럽의 136개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14,597명의 매니저 대상)에 따르면, 관리 역량 기반의 구조화된 인터뷰와 평가를 거쳐 선발한 매니저는 매출을 21%, 수익을 32% 더 높였다. 직감이나 과거 실적이 아닌, 관리자로서의 잠재력을 측정하는 도구를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적시 교육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년 내 관리자 교육을 받은 현장관리자는 그렇지 않은 관리자에 비해 몰입할 확률이 79% 높고, 번아웃을 경험할 확률은 19% 낮으며, 이직을 고려할 확률은 11% 낮았다. 문제는 현장관리자의 23%가 관리 교육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6. 한국 시장에 주는 시사점
한국 기업의 승진 구조는 이 문제에 특히 취약하다. 전통적인 연공서열 문화와 ’승진 아니면 퇴사’라는 암묵적 압력이 결합되면서, 매니저 역할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관리직으로 올라가는 일이 구조적으로 반복된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과주의 인사제도가 확산되었지만, 이마저도 ’실무 성과 = 관리 역량’이라는 동일한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최고의 개발자를 팀장으로 만들고, 최고의 영업사원을 영업팀장으로 올리는 관행이 아직도 지배적이다.
최근 카카오, 네이버 등 IT 기업을 중심으로 ’테크 리드(Tech Lead)’와 ’피플 매니저(People Manager)’를 분리하는 이중 트랙 제도가 도입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에서는 이러한 제도적 인프라가 부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인재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승진’의 정의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 문제의 핵심은 기업만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매니저 = 성공’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개인 기여자(Individual Contributor)로서 최고의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 매니저가 되는 것만큼 가치 있다는 인식이 뿌리내리지 않는 한, 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가트너의 데이터가 보여주는 가장 씁쓸한 진실은 이것이다. 매니저의 4분의 1이 자리를 원하지 않고, 직원의 62%가 매니저에 불만족하며, HR의 3분의 2 이상이 자사 매니저의 효과성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승진시키고 있다. 매년 매니저 교육 예산을 늘리면서, 정작 누구를 매니저로 뽑을지에 대한 기준은 바꾸지 않는 것이다.
내 생각에, 가장 시급한 변화는 거창한 리더십 프로그램이 아니라 승진 전 ’현실적 직무 체험’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매니저가 매일 무슨 일을 하는지 투명하게 보여주고,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경로로 성장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는 것. 이것만으로도 마지못한 매니저의 상당수를 걸러낼 수 있다.
승진의 정의를 다시 쓸 때
잘못된 매니저 승진은 세 번의 패배를 만든다. 관리에 맞지 않는 역할에 갇힌 매니저 본인, 효과적인 리더십을 받지 못하는 팀원들, 그리고 인재와 생산성을 동시에 잃는 조직 전체가 모두 진다. 해법은 명확하다. 승진의 기준을 ’과거의 실무 성과’에서 ’미래의 관리 역량’으로 전환하고, 매니저가 되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매니저 역할은 보상이 아니라 직업이다. 그 직업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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