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KPI가 디지털 전환을 망치고 있다: 레거시 지표의 함정
과거의 성적표로 미래를 채점하고 있지 않은가
McKinsey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기업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의 70%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수천억 원의 투자, 최고의 인재, 최신 기술을 갖추고도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26년 2월, HBR에 발표된 Antonio Nieto-Rodriguez의 분석은 놀라운 지점을 짚는다: 전환 실패의 핵심 원인이 기술도, 전략도, 사람도 아닌 ‘측정 방식’에 있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혁신적인 전환을 추진하면서도, 그 성과를 여전히 가동률, 처리량, 분기 이익률 같은 ’레거시 지표’로 평가한다. 미래를 향해 달리면서 백미러만 보고 있는 셈이다.
Nieto-Rodriguez는 이를 ‘전환의 시대(Transformation Age)’라 부른다. 전략이 더 이상 정적인 계획이 아니라 동적이고 교차기능적인 이니셔티브로 실행되는 시대에, KPI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1. 레거시 지표가 위험한 이유
전통적 KPI — 매출 성장률, 영업이익률, 가동률, 처리량 — 는 ’지금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를 측정한다. 이 지표들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기존 비즈니스를 최적화할 때 유효하다.
문제는 디지털 전환이 ’최적화’가 아니라 ’변혁’이라는 점이다. 전환 과정에서는 단기 수익이 떨어질 수 있고, 가동률이 낮아질 수 있으며, 처리 속도가 일시적으로 느려질 수 있다. 레거시 지표만 보면 전환이 ’실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함정이다. 경영진은 레거시 지표의 하락을 보고 전환 프로젝트를 축소하거나 중단한다. BCG의 2025년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을 중단한 기업의 52%가 “단기 실적 압박”을 그 이유로 꼽았다. 측정 방식이 전환을 죽이는 것이다.
2. ’전환의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지표
Nieto-Rodriguez가 제안하는 전환 시대의 KPI 프레임워크는 세 가지 차원으로 나뉜다.
전략적 정렬 지표(Strategic Alignment Metrics): – 전환 이니셔티브가 장기 전략과 얼마나 정렬되어 있는가 – 자원 배분이 전략 우선순위를 반영하는가 – 교차기능 협업의 빈도와 깊이
역량 구축 지표(Capability Building Metrics): – 새로운 기술/역량을 습득한 직원 비율 – 내부 실험과 프로토타이핑 횟수 – 실패에서 학습까지 걸리는 시간(Learning Velocity)
미래 가치 지표(Future Value Metrics): –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 – 고객 경험 점수의 변화 추이 – 디지털 채널 전환율과 성장 속도
핵심은 이 지표들이 ’현재 성과’가 아닌 ‘미래 성과를 만들어내는 역량’을 측정한다는 점이다.
3. 측정이 행동을 결정한다
경영학의 오래된 격언이 있다: “측정되는 것이 관리된다(What gets measured gets managed).” Peter Drucker에게 자주 귀속되는 이 말은 양날의 검이다. 올바른 것을 측정하면 올바른 행동이 나오지만, 잘못된 것을 측정하면 잘못된 행동이 나온다.
실제 사례를 보자. 한 글로벌 소매 기업이 옴니채널 전환을 추진하면서 여전히 ’매장별 매출’을 핵심 KPI로 유지했다. 매장 직원들은 온라인 구매를 돕는 대신 매장 내 판매에만 집중했고, 결과적으로 옴니채널 전략은 무너졌다. 매장별 매출은 유지됐지만, 고객 이탈률이 급증한 것은 아무도 모니터링하지 않았다.
반면, MIT Sloan Management Review(2024)의 연구는 AI를 활용해 KPI 자체를 재설계한 기업들이 전환 성공률이 2.3배 높았다고 보고한다. 이들은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표를 동적으로 조정하며, 단기 효율이 아닌 장기 역량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4. 지표 전환의 실전 가이드
레거시 지표에서 전환 지표로 이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Nieto-Rodriguez와 여러 전문가들의 제안을 종합하면:
1단계 — 지표 감사(Metric Audit): 현재 사용 중인 모든 KPI를 나열하고, 각각이 ‘현재 최적화’와 ’미래 구축’ 중 무엇을 측정하는지 분류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90% 이상이 ‘현재 최적화’ 지표임을 발견하게 된다.
2단계 — 이중 대시보드(Dual Dashboard): 기존 운영 지표와 전환 지표를 분리된 대시보드로 관리한다. 이사회에 보고할 때도 두 대시보드를 함께 제시하여, 단기 실적과 장기 역량 구축을 동시에 평가한다.
3단계 — 선행 지표 도입(Leading Indicators): 매출이나 이익 같은 후행 지표(lagging indicators) 대신, 그것을 만들어내는 활동을 측정하는 선행 지표(leading indicators)를 도입한다. 예: ‘신규 파트너십 체결 수’, ‘프로토타입 테스트 사이클 수’, ‘크로스펑셔널 프로젝트 참여율.’
4단계 — 분기별 지표 리뷰: KPI를 연 1회가 아닌 분기별로 검토하고 조정한다. 전환 과정은 동적이므로, 지표도 동적이어야 한다.
5. Gartner의 경고: 2027년까지 70%가 실패할 것
Gartner의 2025년 예측에 따르면, 2027년까지 대규모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의 70%가 여전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그 핵심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측정의 관성(measurement inertia)’이다. 기업들이 새로운 전략을 채택하면서도 오래된 측정 체계를 바꾸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단순한 관료주의의 문제가 아니다. 기존 KPI는 보상 체계, 승진 기준, 예산 배분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KPI를 바꾸면 이 모든 것을 함께 바꿔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이 “지표는 나중에 바꾸자”고 미루다가, 전환 자체가 실패하는 것이다.
6. 한국 시장에 주는 시사점
한국 기업의 디지털 전환 현황은 이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한국생산성본부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인 한국 대기업의 78%가 여전히 전통적 재무 지표(매출, 영업이익)를 전환의 성공 기준으로 사용한다.
한국 기업 특유의 분기 실적 압박과 단기 성과주의가 이 문제를 악화시킨다. “올해 매출이 떨어지면 내년은 없다”는 압박 속에서, 2~3년 후를 내다보는 전환 지표를 도입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이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 중 전환 지표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곳은 경쟁사가 단기 실적에 매몰되는 동안 장기적 역량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삼성SDI가 배터리 사업에서 ’단기 매출’이 아닌 ’기술 역량 지표’를 중심으로 투자 결정을 내린 것이 대표적 사례다.
“KPI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 자체는 새롭지 않다. 하지만 Nieto-Rodriguez의 분석이 주목할 만한 이유는, 이 문제를 ’인식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경영자는 “우리도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사회 보고서에는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만 올라간다. 왜? KPI 체계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으니까. 보상도, 승진도, 예산도 그 KPI에 연동되어 있으니까.
내 생각에, 진짜 리더십 테스트는 여기에 있다: 이사회에 “올해 매출은 5% 떨어졌지만, 전환 역량 지표는 40% 개선됐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CEO가 몇 명이나 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한국 기업 디지털 전환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한 가지 더. 지표 전환은 하향식(top-down)으로만 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실제로 전환을 실행하는 중간관리자와 실무자가 새로운 지표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에서 시키니까” 형식적으로 보고하는 또 다른 레거시가 만들어질 뿐이다.
지표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디지털 전환의 성패는 기술이 아니라 측정에 달려 있다. 과거의 성적표로 미래의 성과를 채점하는 한, 아무리 좋은 전략과 기술도 무용지물이다. 전환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먼저 대시보드를 바꿔라. 그것이 조직의 행동을 바꾸고, 행동이 결과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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